예능 프로그램 ‘나혼자산다’에 숨겨진 메시지 Message hidden in Korean entertainment program 나혼자산다

최근들어 광고뿐 아니라 마케팅과 소비 트렌드에도 ‘혼자’라는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옥션은 ‘혼자가 더 좋을땐, 어서옥션!’ 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어 1인 가구를 겨냥한 상품판매 프로모션을 선보인 바가 있다. 광고 및 방송 시장의 트렌드 변화는 우리나라 가구형태의 인구학적 변화에 따라 함께 변모했다. 우리나라 1인 가구는 1990년 9.0%에서 2010년 23.9%로 지난 20년간 빠르게 증가해왔으며, 현재는 대한민국의 4가구 중 1가구가 혼자 산다고 볼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에는 1인가구의 비율이 31.3%로 예측되어, 모든 가구 형태 중에서도 1인 가구 형태가 가장 높은 비율이 될 전망이라고 한다. OECD가 펴낸 ‘한눈에 보는 사회상(相) 2014‘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 성인 인구 중 미혼자 비율은 10명중 4명으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치이다. 해당 보고서에서는 1인 가구의 증가가 결혼에 대한 기피와 개인주의의 확산과도 맞닿아있다고 평가되고 있다. 현재 한국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인구의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인데, 1인 가구의 증가는 고령화와 저출산과 연관이 있는 것이다.

2013년 봄에 방영을 시작하여 현재까지도 매주 진행 중인 MBC의 <나 혼자 산다>는 1인 가정이 늘어나는 세태를 반영해 혼자 사는 유명인들의 일상을 관찰 카메라 형태로 담은 다큐멘터리 형식의 예능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나 혼자 산다>가 공영방송인 MBC를 통해 방영되는 만큼 이 프로그램에는 혼자 살아가는 것에 대한 문화를 정부 차원의 지배적 이데올로기를 담아낼 수밖에 없다는 점이 있다. 혼자 사는 문화가 한국 사회의 인구학적 문제와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사회 질서의 유지를 위한 정부차원의 메시지가 담겨져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 혼자 산다>는 연예인들이 혼자 사는 일상에 대해 보여주지만, 그들이 언젠가는 혼인을 하여 부모가 될 것이라는 문화를 유도하고 있다.

<나 혼자 산다>의 출연자 중 가수 헨리와 개그우먼 이국주는 평소 다른 프로그램에서 밝고 유쾌한 캐릭터로 그려진다. 하지만 <나 혼자 산다>를 통해 드러난 헨리와 이국주는 밝은 모습을 보이면서도 이와 동시에 외로움을 많이 느꼈고, 이러한 대비는 혼자 사는 것에 대한 쓸쓸함을 더욱 부각시킨다. <나 혼자 산다> 헨리편에서는 넓고 호화로운 집에 사는 헨리의 모습이 비춰진다. 브루클린의 한 스튜디오를 연상시키게 하는 넓은 거실, 각양각색의 옷들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옷방, 고급진 인테리어만 보아도 일반적인 서민 계층이 살만한 집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와 대비해 서민계층이 동질감을 느낄만한 부분들도 공존하고 있다. 호화로운 집에 비해 텅 비어 있는 냉장고를 보며 공허함을 부각시킨다. 이국주 편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국주는 애완 ‘콩나물’을 키우는데, 그녀는 텅 빈 집으로 퇴근할 때 반겨줄 존재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콩나물을 키우기 시작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방송 자막에서는 이국주에게 애완 콩나물이 ‘동반자’이자 ‘행복’이라고 표현한다. 어찌 보면 굉장히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웃음 포인트가 되지만, 동시에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콩나물 까지 키우기 시작한 이국주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끼게도 한다. 시청자들로 하여금 혼자 사는 삶이란 마냥 즐거운 일은 아니며, 끊임없는 외로움과의 투쟁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그림1. 헨리의 집과 텅 빈 냉장고)

3(그림2. 이국주의 애완 콩나물)

이국주는 동일한 에피소드에서, 홀로 즐거운 쇼핑과 메이크업을 한 후 갑자기 휴대폰을 보더니 친구들을 찾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국주를 제외하고서는 모두 바쁜 친구들이다. 이때, 자막에서는 이국주가 외로울 때 아무도 없음을 계속해서 강조한다. 그리고 혼자 있지만 마치 다른 사람들과 즐거운 ‘불금(불타는 금요일)’을 보내는 것처럼 SNS에 자신의 사진을 업로드하는 이국주의 모습을 통해 그녀의 외로움을 부각시킨다. 이 장면은 시청자들에게 잘 사는 혼족으로 잘 알려진 이국주가 겉으로는 잘 지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허황된 것이라는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우리가 상상하는 혼족의 삶과 현실의 괴리감을 과장해서 보여주며 자연스럽게 1인 가구에 대한 희망에서 멀어지고 결혼 이데올로기를 주입시키는 것이다. 이국주 편에서는 단순히 연출만을 통해서가 아니라 조작적 편집을 통한 혼족 문화 비판이 보이며, 결혼에 대한 이데올로기를 강조하는 것이 두드러지게 보인다. 이국주가 별 다른 뜻 없이 뱉어낸 말에도 <나 혼자 산다>는 자막, 배경음악, 편집 등을 통해 계속해서 ‘외로움’을 강조한다. 이국주는 정처 없이 무작정 밤 산책을 나간다. 이국주는 단지 날씨 때문에 춥다고 불평했을 뿐인데도 ‘오늘따라 더 쓸쓸한 밤 산책길’이라는 자막 등으로 마치 이국주가 엄청난 외로움을 느끼는 양 표현한다. 또한 잔잔한 배경음악이 깔리고 자막으로는 이국주가 하지 않은 말인 ‘저는 괜찮습니다…’ 라는 자막이 뜬다. 이는 편집과 연출로 쓸쓸함을 의도적으로 강조한 것이 보인다. 단순히 날씨가 춥다고 한 마디 했을 뿐인데 억지스럽게 외로움의 감정을 이끌어내고 쓸쓸한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의도가 보이기도 한다.

<나 혼자 산다> 속에 숨겨진 의도는 이 뿐만이 아니다. 단순히 혼자 사는 삶을 교묘히 지양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남녀의 만남과 결혼을 장려하는 장면과 자막을 수없이 삽입하고 있다. 이는 정부의 저출산 대책과도 이어지는 부분이며, 실제로 MBC의 <나 혼자 산다>는 고용노동부의 지원금을 받아 정부정책의 슬로건을 자막으로 노출시키는 등의 홍보사업을 맡았던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4(그림3. 고용노동부의 지원을 받은 TV프로그램들)

<나혼자산다>는 혼자 사는 삶을 긍정적으로 그려내는듯 하지만 ‘남녀의 결혼과 출산은 행복한 것’이라는 이데올로기를 프로그램 속에 교묘히, 그리고 억지로 삽입하고 있다. 육중완의 에피소드에서 육중완은 옥탑방에 혼자 살고 있는 자유로운 뮤지션으로, 노랗게 물들은 베개와 쓰레기가 굴러다니는 바닥 등 굉장히 열악하고 더러운 환경의 집 모습을 보여주곤 했었다. 그런데 그의 경악스러운 집 안 환경을 비추며 타 패널들은 ‘남자 혼자 사는 집이기에 그럴 수 있다’, ‘어서 결혼을 해야 한다’ 하는 등의 발언을 하는가 하면, 제작진은 자막으로 그러한 뉘앙스를 더욱 강조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육중완은 <나 혼자 산다> 출연 도중 여자친구와의 결혼을 발표하게 되었는데, 갑작스러운 출연진의 하차에 당황스러워야 할 제작진은 오히려 육중완의 결혼을 축하한다. 심지어는 육중완이 직접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을 특집처럼 방영하기도 하는 등 ‘혼자남’의 결혼을 마치 <나 혼자 산다>의 졸업이자 혼자 사는 이들의 궁극적 미래가 되는 것처럼 그리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했다.

이에 대중들은 정부의 보이지 않는 지배체제가 은밀한 방식으로 생활 속에 침투할지라도 발견해내는 지적 능력과 비판적 문화 수용력을 가져야한다. 더 나아가 지배구조 이데올로기에 대해 활발하게 문제의식을 제기하며 자생적인 문화도 만들어낼 수 있다. 결혼과 출산 이데올로기에 대응하여 결혼과 출산은 필수적 요소가 아니며 ‘정상’과 ‘비정상’을 판가름 짓는 기준이 되어서는 안된다. 비혼, 비출산, 딩크족 등 다양한 생활방식과 가치를 표현하는 것에 대해 두려움이 없어야 한다.

References

주영재. (2017.02.26).[알아보니]여성들의 고스펙이 저출산 원인? .경향신문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32&aid=0002767701

이수빈. (2017.02.06). 광고도 ‘single벙글’ 시대. 한국경제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7020664471#01.13290991.1

통계청(2012). 한국의 사회동향2012

http://kostat.go.kr/portal/korea/kor_nw/2/1/index.board?bmode=read&aSeq=270115

박지남, 천혜정 (2012). 청년 세대의 ‘나 홀로 여가’ 문화. 여가학연구 10권 2호. pp.87-105.

박윤진. (2016.02.18). ‘나혼자산다’육중완 청첩장부터 주례 섭외까지… 결혼준비 시작. 마이데일리

http://entertain.naver.com/read?oid=117&aid=0002726081

 

10월 26, 2017, Consumer Psychology에 게시되었습니다. 퍼머링크를 북마크하세요. 댓글 3개.

  1. 이 프로그램 진짜 꽤 챙겨보는 프로그램인데, 이런 의도를 갖고 있는 줄은 몰랐네요. 아빠육아프로그램처럼 연예인들의 이미지 변신용일 거라고만 생각했었어요. 혼자 살고 있는 자취생의 입장에서 재밌어서, 나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것 같아! 하면서 즐겼는데, 이데올로기의 주입이 프로그램의 교묘한 목적이었다는 것이 씁쓸하네요. 육중완씨의 결혼 에피소드도 봤었는데 주입된 이데올로기를 알고 나니까 소름이 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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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예전에 ‘우리 결혼했어요’라는 프로그램에서 지속적으로 귀여운 아이들을 데려다가 가상 부부에게 육아 체험을 하게 했던 것이 생각나네요. 그 역시도 정부 지원을 받아 출산과 육아를 장려하기 위해 만들어진 에피소드였다는 것이 드러났었어요. 최근 급증하는 가족 예능과 푸드 컨텐츠도 다 이러한 명목에서 일어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되네요. 다행이도 이전에 비해 사람들은 다양한 정보와 소셜 네트워킹으로 이런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꽤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앞으로 좀 더 비판적이고 수용하고자 노력해야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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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정부 차원에서 장려한것 너무 무서운.. 저만 그렇게 느끼는건 아니었군뇨 ㅠㅠ 교과서에서 배우던 미디어 파워 무시할게 아니구나 싶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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